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에 인사만 나눠봤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해보지 러너들과 함께 5인의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우리팀은 디자인 3명, 개발자 2명으로 구성되었고 따로 리더나 서기를 맡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필했던 규칙은 5명이 페어로 매일 번갈아가면서 (사회자, 기록자)의 역할을 맡는 것이였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이 따로 사회자와 기록자를 지정해본 경험도 없었고, 기록자체를 꾸준히 진행한 경험도 없었다. 따라서 다른 팀원들에게는 새로운 테스크가 추가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 상황이였다.
내가 생각한 사회자의 역할은 준비를 많이 해야하고, 누군가 정해진 업무로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필요한 상황에서의 개입이였다.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동의를 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가도, 무언가 합의를 하거나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개입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사회자라는 롤을 부여받은 사람의 개입이 정당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돌아가면서 한다면 수평적 관계에 있는 러너들에게 불리함으로 다가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의 기대에 따른 주장이기에 우선은 일주일정도 시행해보고 회고를 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처음 시작은 내가 맡는 것으로 하였고, 간단하게 회의 전 회의록 작성을 하였다. '회의와 회의록'이라고 하면 의장들이 나와서 법률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하는 것처럼 무겁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회의보다는 의견 나누기에 가까운 것을 회의라고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조금은 프리한 형식대로 필요한 내용만 노션에 작성을 해보았다.
1. 회의 진행 전 간단한 회의록 작성(약 5~10분 소요)
- 오늘 회의에서 진행해야 하는 TODO
- 지난 회의 및 업무 진행사항 리마인드
2. 회의 진행 후(약 3분 소요)
- 다음 회의 전까지 각자 해야하는 업무 정리
- 다음 회의에서 해야 하는 내용 정리
이와 더불어 회의에서 일어나는 모든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지만 해야하는 내용에서 너무 멀어지거나 관련도가 없는 부분에서 지연이 일어나는 등에 대해서 포인트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내가 만든 템플릿을 기반으로 다들 필요한 부분들을 추가하면서 일주일이 지나 회고를 해보았다. 회고를 하면서 우리가 진행한 과정이 너무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이 많이되었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선 사회자를 하는 경우에 일주일의 한번이라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읽어 요약하고 앞으로 진행할 내용을 간략하게 작성하는 것 만으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의견을 일치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해주었다. 누군가가 사회자, 기록자를 도맡게 되었다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부담되지 않고 적정한 선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기록하는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보니 기록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생각하는 기록의 목적이란 언젠가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는 기획단계에서 어디까지 논의되고 어떤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흐름 지표의 역할이였다. 따라서 사회자나 기록자가 맡은 날의 회의 내용 중 중요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역할까지 추가하고 지속적으로 가져갈 프로세스로 자리갑게 되었다.
프로젝트 자체로 넘어가보자면 우리 팀이 선택한 대주제는 '환경'이였다. 나로 말하자면 환경에 관심이 없다!는 아니지만 뉴스에서 추천을 해주는 기사가 아니면 환경에 대해서 따로 찾아본 적도 없고, '용기내요 챌린지'나 환경 관련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환경에 대해서 걱정어린 고민을 해보곤 했던 것 같다.(하지만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아서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를 제외한 팀원들은 환경이라는 주제에 원래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본 경험이 꽤 많았고(사실 나 빼고 거의 다인듯...), 이런 팀원들을 필두로 환경에 대한 내용들을 조사, 논의, 발산하는 과정에서 처음들어보는 단어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확실히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 팀원들이 있으니 내가 생각한 범위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주제가 나오고 이를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환경이라는 주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환경 관련 웹, 앱을 통한 서비스는 실제 물리적인 행동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 분리수거, 텀블러 사용 등의 행위를 하면 정부나 기업에서 포인트를 지급
- 만보기, 앱 내 활동을 통해서 기업차원에서 나무심기 활동
우리는 우선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자본, 인력 등이 없기 때문에 '앱'이라는 소프트웨어 안에서 어떻게 환경적 가치를 줄 것인지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탄소애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휴대폰을 하루종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하였다. 그 중에서도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가동 중 발생하는 디지털 탄소문제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처음에 도출되었던 솔루션은 '사진 촬영 시 삭제 시간을 지정하고, 해당 시간이 되면 사진을 자동으로 삭제'해주는 것이였다. 해당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른 아카데미 멘토가 진행하는 애플 리뷰를 받게 되었다. 대부분의 피드백은 우리팀이 완벽하게 정의하지 못하거나,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과 일치했고 우리 팀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피드백이 한가지 있었다. 삭제 시간을 지정하고 사진이 자동으로 지워지는 것 자체가 '무섭다'라는 것이였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피드백이였다. 불편함이 아니라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예측해본적은 없었으나 이야기를 듣고보니 사용자가 은연중에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애플 리뷰가 끝나고 새로운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사진에 대한 쓰임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고 사진과 관련된 행동(일정등록, 기록, 구매 등)이 끝나는 지점이였고 이걸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이 Todo를 통한 체크였다.
단순 보관용(추억용)이 아닌 '나중에 해야지'하고 찍은 사진들을 앨범과 분리해서 찾기 쉽게 해주었고, 이를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인식시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기획하게 되었다.
액션이 끝나고 나면 사용자는 완료 버튼을 누를 것이고, 스스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진에 대한 행동이 끝났음을 인지하게 된 후 삭제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는 사용자에게 액션을 취하지 않음으로 인해 잃어버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과정에서 환경이라는 우리의 주제에 대한 가치는 '러쉬'가 제공하는 가치와 유사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러쉬'제품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향이 좋아서 품질이 좋아서 러쉬를 이용하였지만 제품에 찍힌 친환경 마크를 보고 내가 환경에 기여를 하게 되었음을 단순히 인지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본인에게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우리 앱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환경적 가치는 사용자들이 불편함, 어색함,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환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던 우리 팀의 목표인 것이다.
이렇게 애플리뷰 후에 2주동안 진행된 내용들의 거의 절반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다들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팀과의 공유에 있어서도 문맥에 이전보다 잘 이해되고 정말 공감되는 솔루션이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솔루션의 핵심은 협업이었다. 디렉토리와 Todo데이터가 얽혀있는 CRUD이다. 이 부분에서 디렉토리의 CRUD와 Todo의 CRUD를 나눠서 맡았는데 이 두 데이터는 분리할 수 없이 서로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따로 개발할 때 테스트 코드를 넣어두고(정말 테스트 코드를 공부했어의 테스트 코드라기보다 Model에 맞춰서 생성한 데이터) Merge 했는데 오류 없이 앱이 구동되었다. 정말 너무 신기했다!! 수정할 부분이 하나도 없이 데이터 흐름이 돌아간다는 것이!!
애플리뷰 후 기획의 근간이 수정되었기 때문에 기획부터 로우파이까지의 작업기간이 빠듯하긴 했다. 따라서 개발 기간도 밀릴 수 밖에 없었지만 2명의 인력과 원활한 업무 분배를 통해서 평균보다 조금은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기능 및 디자인 구현에 따라서 코드의 정리적인 측면에서 소홀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항상 개발을 하면서 개발 이전에 어느정도 구조를 고려해야 할지, 코드 구현 후 수정해야 할지를 고민하지만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경험이 많아서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쉽게 답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정답은 없다'가 결론이였던 것 같다. MC3 후 '켄트 백의 Tidy First?'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아직 얼마 읽지 못했지만 내가 하는 고민과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아서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MC3가 끝나고 개발팀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앱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뷰 및 기술과 연결성이 생기면서 테스트가 어려워지는 문제, 시간차에 따른 기능별 테스트의 어려움, 특정 조건의 테스트가 누락되어 앱을 사용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되었다. 우리의 앱이 출시될 예정이고, 기능 추가 및 코드 개선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TDD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짧게 나눠보았다.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MC3를 마치면서 내 기준 가장 이상적인 팀플레이라는 한줄평을 작성하고 싶다. 단순히 너무 의견통일이 잘되어 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수용을 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선정하고 딜라이트 콘에서 앱을 공개하는 순간까지 서로 다른 의견들을 이야기하였다. 서로 답답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도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참 신기한게 우리 5명은 생각도 특성도 각기 다르지만 2~3명씩 묶어서 보면 공통점이 보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의견 표출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전체 의견 요약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충돌하는 의견 사이에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율을 잘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관계가 적절하게 균형을 잘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멋진 팀원들이니 다들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2024 Apple Developer Academy 3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배:국악 매트로놈] 클린아키텍처 첫 도입기 (1) | 2024.11.01 |
---|---|
[Bridge3] 나의 1순위 내재적 동기를 찾아서 (0) | 2024.06.24 |
[NC2] 애플 생태계에서 수영해보기 (0) | 2024.06.18 |
[MC2] 유저 파악하기 실패의 기록 (0) | 2024.05.08 |
[Bridge2] 조금 늦은 정리와 계획세우기 (2) | 2024.05.01 |